경당 장흥효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

person 한국국학진흥원
schedule 송고 : 2012-09-05 10:07
경敬의 삶,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라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고 자기를 꾸짖는 데에는 어두웠다”
“친지의 초대에 갔다가 과음하여 말실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50대를 훌쩍 넘긴 성숙한 유학자, 경당敬堂 장흥효張興孝(1564~1633)가 쓴 자기반성의 글이다. 그는 평생을 자기수양과 자아성찰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그건 바로 敬의 삶이었다. 즉,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삶이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9월 5일(수요일) 오전 10시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경당 장흥효, 敬의 삶과 사유’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敬’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당 장흥효 선생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보는 자리이다. 그런 다음 그가 실천한 ‘경敬의 삶’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안병주(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지금 왜 경당敬堂 사상인가 -경敬의 철학의 현대적 의의’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경제제일주의와 경제지상주의에 따른 극단적 이기주의 등으로 시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한 적절한 처방으로 장흥효의 경敬사상을 제시하였다.

치유의 방법은 간단하다. 다름 아니라 ‘물질보다는 사람을 중시하고’ 또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른바 경敬의 정신을 본받고 실천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좀처럼 실행하기 힘든 난제難題일 수도 있다. 또 혹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병주 교수는 스스로를 위해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을 사회에 기탁한 감동적인 분들의 이야기야말로 경敬의 정신 그 자체라고 지적하면서, 남을 위한 이런 배려의 마음이 바로 경敬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김낙진(진주교육대학) 교수는 ‘경당 장흥효와 퇴계학파 心學의 전개’라는 주제발표에서  장흥효는 퇴계의 적전제자嫡傳弟子인 학봉 김성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뒤 누구보다도 퇴계 사상을 충실히 이어나간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새로운 이론 탐구의 영역을 개척하지는 않았지만, 주자학을 일상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이른바 ‘일상세계의 도학화道學化’를 구현한 학자임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을 닦아야 한다(治心修行)”는 심신 수련의 ‘심학心學’이 있었다. 이에 장흥효는 평생을 자기수양으로 일관된 삶을 보냈는데, 그것이야말로 ‘경敬의 삶’과 다름없었다. 마지막으로 김낙진 교수는 장흥효가 추구한 자기수양적 경敬의 삶은 강력한 유풍을 지닌 영남문화를 구축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우인수(경북대학교) 교수는 ‘일기를 통해 본 경당 장흥효의 일상생활’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최근에 발굴된 경당일기를 중심으로 장흥효의 일상적 삶을 들여다보았다. 총 3권으로 엮여진 일기의 내용은 수신修身을 위한 자기성찰, 조상제사, 서당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50대로 접어든 성숙한 도학자의 자기반성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고 나를 꾸짖는 데에는 어두웠다”· “경솔함을 바로잡고 나태함을 경계하였다” 등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식이다. 한편 조상제사의 기록에서는 아들과 딸이 교대로 조상제사를 모시는 자녀윤회방식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자신 역시 외조부모의 조상제사를 지내는 외손봉사를 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장흥효는 평생을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자기수양을 위한 학문에만 전념한 까닭에 많은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현재 전하는 것은 한시 95수首와 『경당일기』 등이다. 권진호(한국국학진흥원) 박사는 ‘경당 장흥효의 한시漢詩 연구’라는 주제발표에서, 그의 시詩 대부분에는 부모와 형제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연민과 벗을 향한 그리움 등과 같은 인간애의 표출, 자녀와 제자들을 향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강조와 가르침, 극기克己를 위한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자기수양 의지 등이 발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경敬의 실천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그가 경敬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면서 동시에 경敬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1999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의‘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장계향張桂香은 장흥효의 딸이다. 그녀는 학문과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구휼과 애민 등 사회사업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래서 여중군자女中君子라는 칭호를 받았는가 하면, ‘장계향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영역까지 생겨났다. 박희택(경북여성정책개발원) 박사는 ‘장계향의 학문세계와 경당일기’라는 주제발표에서 장계향의 사상적 연원은 아버지 장흥효의 학문에 두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장계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경敬과 의義사상을 자신의 학문적 기본체계로 삼고, 그 위에 선善과 서恕사상이라는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였다. 장계향의 이런 활동은 여성을 둘러싼 각종 제약이 비교적 강했던 조선시대에 딸에게도 가르침을 마다하지 않은 장흥효의 ‘열린 사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당일기敬堂日記』의 국역본 발간을 기념하는 성격도 겸하고 있다. 『경당일기』는 장흥효가 쓴 필사본 일기로, 51세(1614)부터 62세(1625)까지의 중권과 하권이 남아있고, 상권은 유실遺失되었다. 총 11년 6개월에 걸친 장흥효의 학문적 고뇌와 일상적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경당일기』는 조선중기 성리학의 흐름과 향촌사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은 ‘배려와 나눔’보다는 ‘이기심과 독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화합보다는 갈등이 난무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점점 반목과 혼란의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경당선생이 평생을 두고 스스로 실천해온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라’는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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